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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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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빙과 (氷菓), 2012

2013.04.18 00:40

한솔 조회 수:3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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氷菓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이라면 간단히'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소년 '오레키 호타로'. 그리고 호타로의 친구이자 데이터베이스는 결론을 낼 수 없다는 말버릇의 '후쿠베 사토시'. 호타로는 누나 '오레키 토모에'의 권유(의 탈을 쓴 협박)에 따라 '고전부'에 가입하게 된다. 호타로는 고전부의 부실에서 멍하니 밖을 보고 있던 소녀, '치탄다 에루'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고전부에 가입하게 된 이유는 '일신상의 이유'. 첫 만남부터 그녀에 휩쓸려 왜 그녀가 열쇠도 없이 고전부 부실에 들어가 있었는지, 그리고 왜 문이 잠겼는지 추리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두고 재미있어 하는 사토시와 호타로의 중학교때부터의 악우인 이바라 마야카 역시 고전부에 가입하게 되면서 고전부의 활동이 시작되게 된다.


     치탄다 에루가 고전부에 가입하게 된 계기, 즉 '일신상의 사유'는 실종된 외숙부(세키타니 쥰)가 자신이 어렸을 적에 알려준 고전부의 진실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에루는 외숙부의 대답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지금은 그때의 자신이 무엇을 물어보았는지, 그리고 숙부에게 무슨 대답을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 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진실을 어떻게 찾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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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여기서 잠시 질문 하나를 던지고자 한다. 여러분은 '추리', 혹은 '추리소설'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개인적으로는 '살인', '해결사 혹은 탐정'이다. 사실 그건 내가 그동안 읽었던 책들1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요컨대 추리 = 살인사건의 해결과 같은 공식이 어느새 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본디 '추리'라는 것은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지 '살인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그런 시점에서 본 빙과는 '추리'와 '해결'에 중점을 둔 청춘물이었다.

 

     빙과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굉장히 재미있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오레키 호타로는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입장이나, 가장 중요한 의욕이 없다. 그리고 치탄다 에루는 사건 해결의 동기 및 의욕을 제공하고 있으며, 후쿠베 사토시는 사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이바라 마야카는 사건 해결에 관련된 포지션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일상에 관련한 포지션이다. 이 포지션 매칭으로 단순히 올라운더 탐정이 해결하는 단조로운 추리물에서 추리요소가 포함된 청춘물로 탈바꿈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이라면 간단히. 이런 모토를 가지고 있던 오레키 호타로의 전환점은 치탄다 에루와의 만남, 그리고 '이리스 후유미'일 것이다. 치탄다 에루가 그에게 의욕과 동기를 제공했다면, 이리스 후유미는 호타로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 의도가 비록 이리스 본인이 원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오레키 호타로의 자각은 후쿠베 사토시로 하여금 호타로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더더욱 크게 느끼게 한다. 그의 말버릇, '데이터베이스는 결론을 낼 수 없어'는 실은 데이터베이스가 중점이 아니라 '결론을 낼 수 없어' 라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이야기.  

 

     추리물 이외에도 연애 구조도 가지고 있는데, 실상 1화처럼 고전부에 호타로와 에루, 후쿠베만 있다면 반드시 한명은 겉돌게 된다. 이 위치에 마야카가 들어오면서 쌍방 연애구조도 해결됐다. 호타로가 어느 기점을 계기로 무신경한 녀석에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깨닫고, 상대방의 기분까지 고려하는 녀석으로 변화했다면 후쿠베는 마야카와의 발렌타인 이벤트로 변화한다. 요컨대 이 작품이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위주의 작품이었다면 이러한 인물간 갈등 구조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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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여러분은 왜 추리 소설에 살인 사건이 포함된다고 보는가? 나는 그것이 자극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눈을 휘어잡을 자극적인 요소.. 다만 그것이 대체될 수 있다면 추리 소설에는 꼭 살인사건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빙과는 지루할 수 있는 요소가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이끌어왔다. 혹자는 교토 애니메이션의 버프다, 작화의 버프다.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동의한다. 다만 그러한 요소는 초반 부스터를 달아줄 뿐이지 마지막까지 끌고갈 견인차 역할은 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빙과를 마지막까지 견인한 원동력은 캐릭터 포지션과 작품의 전개, 그리고 캐릭터의 성장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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