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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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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뭐냐면 애니제작팀이 원작에 대한 최상급의 팬이라는 점입니다.
최상급의 팬이란 원작자가 작품에 구축한 세계관,사상,이미지를 온전히 수용하여 완전히 그 세계에 높은 수준으로 동화된 팬을 의미합니다.
즉 그 작품에 관한한 원작자와 같은 시각을 공유가능한 존재인것이죠.

좀 엉뚱하지만 핵심이 들어간 비유를 들자면 에덴동산의 조물주가 원작자고 아담은 애니제작사-최상급의 팬인것이죠. 
아담은 신으로부터 모든 창조물의 이름을 지을 권한과 능력을 부여 받습니다.
타입문 세계의 팬분들이라면 존재의 진명을 아는것이 어느정도의 의미인가 아시겠죠?
하물며 아담은 단순히 아는게 아니라 지어주는 입장입니다. 이름을 얻어 의미가 된것이죠.
창조주의 진의를 가장 이해하여 그 의미에 부합되는 이름을 지어주게 되는 겁니다.

갑자기 왠 타입문인가 하면 이제부터 공의 경계 얘기를 하기 때문입니다ㅋ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려서....
초월이식을 작품의 세계를 더욱 증식시키는것이라고 한다고 정의해 봅시다. 
그렇다면 초월이식이라고 칭송받는 작품과 원작파괴(혹은 모독)이라고 지탄 받는 작품의 차이는 뭘까요?
또는 원작의 충실한 재현작과 엉성한 아류작의 차이는?

이 물음은 전부터 고민하던 문제에서 불거진 얘기입니다. 
지리멸렬한 긴글이 될듯하지만 밤은 깊었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잠은 안오는 이 새벽에 몰래 글올리고 튑니다...인데 벌써 아침. 


start.

두달전에 글을 올렸습니다. 꼭 먼저 봐주세요(여기 클릭!). 보셔야 이야기가 연결됩니다;;
글을 보시면 알겠지만 모순나선님께서 공의 경계를 추천해 주셨고(모순나선님은 이전에 리뷰공모전으로 공의경계글을 올리셨습니다) 
저는 바로 감상에 돌입하게 됩니다. 애니는 저도 모르는 사이 제 하드에 있었고 원작소설도 근처 대학 도서관에 있더군요.

감상 방식을 생각해 봤습니다. 단순히 보는게 아니라 목적이 있는 감상인 만큼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공의 경계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합니다. 
약간이나마 있다면 있을지도 모릅니다만(선이 보인다라던가) 적어도 진행스토리에선 그래요.



실험 과정. 먼저 애니를 절반정도 먼저 감상합니다. 그리고 원작을 전체 다봅니다. 마지막으로 애니의 나머지 절반을 봅니다.
이렇게 해서 순수히 애니만의 감상을 먼저 느끼고... 그리고 원작을 접한뒤에... 
원작과 비교한 감상을 하며 애니를 볼 수 있게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 두주 걸렸네요. 시간 내서 그 대학까지 갈 시간이 그렇게 잘 안나서요...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살걸... 
암튼 참고참고 계획을 진행합니다.

뭐... 감상평은.... 압도적. 이 한마디로 요약 가능하겠네요. 
이 글이 공의 경계 자체에 대한 리뷰가 아닌 관계로 이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궁금한분은 직접 보시길.
그래서 중요한 실험결과는 어땠는가 하면...



실험 1단계. 애니선행감상. 이야... 이런게 스케일이구나... 이런게 영화음악이구나.... 하면서 감탄을 연발. 
타입문으로 일컬어지는 원작자 나스 기노코의 세계에 대한 애니제작진의 경외심이 느껴집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수용한 세계 그 자체를 애니로 이식하려는 시도를 하였고 그게 결과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자연히... 저도 그 세계를 공유하고자... 원작을 읽고 싶다는 감정이 북받쳤죠.

실험 제2단계. 재학생이 아닌 관계로 대출 않고 책을 다보려면 최소한 하루 정도는 도서관에서 보내야 합니다. 
하루 1권을 목표로 오전중에 대학에 가서.. 밥은 근처식당에서.. 점심, 저녁을 해결하고
공의 경계 상권을 다 읽었습니다. 뒤에 있는 옮긴이의 글과 해설?평의 글도요. 
새롭게 안 사실은 이작품이 일본의 전기소설 회생의 도화선이 됬다는것. 마치 우리나라의 퇴마록 같은 느낌?
이후 나스기노코 세계관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도 생겨 났고, 그 중하나가 니시오 이신이라고 하는데, 
전엔 이 얘기를 듣고 아 문체가 닮은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공경을 읽어보니 문체가 아니라 감성이 닮았더라고요. 

인물들의 주요 접점인 페허건물. 
거기를 마술적장치로 둘러싸고 아지트로 삼은 노련한 프로. 어른의 기호품-담배.
원래는 이 세계와 아무런 관계가 없던 평범한 남자주인공. 학생. 있는건 과도한 오지랖. 
그 남자주인공을 죽이고 싶어할 정도로 사랑해 마지 않는 여주인공(들).
그들에게 하나하나 의뢰(괴이)로서 찾아오는 사건들.
그 사건들을 몸으로 해쳐나가며 주인공들의 인간관계는 점점 견고-혹은 파탄-해지는 이야기.
그리고 파경.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원작을 읽으면서도 여러번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이런 감성이구나 하고요. 애니 전반부의 미칠듯한 감성의 압박은 이거였구나 하고요.


실험 제3단계. 그 다음주... 애니 나머지 절반을 보고픈 욕망을 한주내내 억누르고 드디어 소설 하권을 마저 읽습니다. 
아 멍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空.
그리고 그 감상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애니 후반부 감상에 돌입합니다.

실험 종반. 기다리던 반응이... 드디어 <애니제작사 UFO테이블의 공의 경계>와 <독자 사람사는곳의 공의 경계>에 괴리가 발생합니다. 
이 실험의 결말을 도출할 지표가 발생한거죠. 일부러 따로따로 감상을 진행한 목적이 이겁니다. 이 괴리감을 분석하기 위해서요.




<실험리포트> 이 실험은 일종의 사고실험으로 주의 깊게 읽을 필요가 요만큼도 없습니다. 

A.전제
1.일단 어째서 괴리는 일어나는가? 

그건 같은 원작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작품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2.이 천차만별의 작품은 서로 다른 작품인가? 

차이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건 먼저 비교가 성립되야 합니다. 
비교가 성립된다는건 서로 공통분모를 내포해야 합니다. 
이 교집합의 경우의 수가 바로 작품의 수에 해당합니다.

3.그럼 같은 작품내의 서로 다른 작품은 우열이 존재하는가?

한쪽이 다른 쪽을 포함, 또는 필요충분 조건으로 관계를 정의할 수 없음으로 우열은 없습니다.
다만 한쪽이 또다른 한쪽을 접할 시엔 위에 언급한 경의수가 적은 쪽이 많은 쪽으로 동화될 확률은 있습니다.

4.원작과 그것을 애니화한 각각의 작품은 어떠한 관계인가?

원작이 공통분모를 포함한 대집합이라면 애니화는 그 공통분모로 이뤄진 교집합의 하나입니다.
따라서 원작의 작품세계는 애니화의 그것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3번과 달리 이경우엔 필요충분의 관계로 설명가능합니다.

5.그렇다면 애니와 원작의 감상은 서로 공존가능한가? 아니면 애니의 감상은 결국 원작의 감상에 동화될수 밖에 없는가?

이론적으론 동화가 됨이 타당한데 실제론... 괴리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개별적인 작품과 감상으로 따로따로 존재합니다. 


B.의문도출
1.애니화란 태생적으로 원작세계의 확장에 불과한데 어째서 그것의 개별감상은 이리도 다르며, 별개로 존재하는가?

2.이것이 처음부터 별개의 존재로 달리 생각해야 한다면 어째서 애니를 선행감상한 것과 원작을 선행감상한 것에 선후영향을 
  주고 받게 되는것이며, 왜 높은 확률로 애니화에 대한 감상은 원작에 대한 감상에 흡수, 절하되게 되는가?

3.또한 적은 확률이나마 이 관계의 역전이 일어나는 현상-초월이식-은 어떻게 설명가능한가. 


C.고찰
1.감상이란 그 자체로 작품을 새롭게 생성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감상자 스스로가 자신안의 작품에 대한 작가가 되는것이며 
  작가가 다름으로 당연히 작품은 각각 별개로 존재합니다.

2.감상에 대한 2차적 감상행위는 제3의 감상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먼저 감상한 작품이 본시의 원작품에 가장 근접한 작품이 됩니다. 감상을 가장 적게 거쳤으니까요.
  원작이라해도 애니를 먼저보고 원작을 봤다면 애니가 감상 1, 원작이 그 2가 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론 나중에 감상한 쪽이 필연적으로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거슬리게 되는것이죠.

3.원작이 가진 전체 경우의 수를 애니라는 교집합안에 일정수준이상 집어놓은 경우엔 
  일정수준이상의 숫자의 일반적인 감상자들(원작팬들)의 경우의 수를 포함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자기가 원작을 보고 좋다고 하는 요소가 애니로서 전달이 되면 원작팬(원작선행감상자)는 만족감을 느끼게 되지요. 
  이것이 일정수치가 되면 원작팬들은 애니화자체에 일반적인 만족감을 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게되면... 원작이 포함하지 못한 경우의 수를 포함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원작에선 느끼지 못했던 재미요소가 애니에는 있는 경우요. 
  이것이 발생하게 되면 전체 작품세계의 경우의 수 자체가 증가,확장 되게 되는 것이고 
  전체수가 바꼈으므로 작품의 전체형태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결국 작품의 모습이 변합니다.
  이것을 원작에 대한 초월이식이라고 정의합니다.


D.정의
1.원작을 보고 독자가 흡수할 일반적인 요소를 애니를 통한 재전달에 성공하면서 원작의 전체작품의 경우의수를 충족한 애니화를 
  성공한 애니화라고 한다.
  공의 경계 애니화는 현존하는 가장 독보적인 사례중 하나이다. 좀더 일반적인 사례는 쿄애니작품 등을 찾아볼 수 있다.

2.원작을 보고 독자가 흡수한 부분을 포함하면서도 그 상위의 개념을 전달함에 성공함으로서 
  전체 작품의 확장에 이바지한 경우를 초월이식이라고 한다.
  식령제로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개인적으론 1번과 2번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케이온2기를 거론하고 싶다. 

3.독자가 흡수한 부분을 포함하지 못하며 전체 작품의 경우의 수에 포함되지 못한 애니를 성공하지 못한 애니화라고 한다. 
  혹은 원작(초월이 아닌)파괴.
  그러나 어느한가지라도 충족되면 그걸 발판삼아 판매를 노린다. 대부분의 양산작들이 해당된다. 
  여기서 판매마저도 성공치 못한 작품은 공식적인 망작으로 취급된다.


E.결론
  원작의 작품으로서의 경우의 수를 최대한 끝어낸후 그걸 최대한 전달에 성공한 작품이 잘된 애니화이며 
  원작팬의 독자로서의 감상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이 수준에 이르기 어렵다.
  즉 일반적인 원작팬이 해아리는 수를 훨씬 넘어서는 정도의 수를 해아릴수 있고 그걸 재전달할수 있어야 
  일반팬수준에서의 공감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독자수준에 머물러서는 부분부분에서 독자의 감상과 괴리가 생길때 
  일반적인 독자는 이것을 충실치 못한 애니화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된 애니화를 노린다면 애니제작팀은 원작이해와 구현에 관한한 
  일반적인 독자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 내공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Ending.

길고 긴 망상의 향연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얻은 결론은 "애니화는 애니제작자의 작품에 대한 내공따라 그 완성도가 변한다" 입니다.
어이없을 만큼 일반적인 결론이 나왔는데요. 저로선 더할나위 없는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나 원작에 서로 우열이 있는게 아니라 독자의 예상범위를 뛰어 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원작선행감상자라도 재밌게 애니를 볼수있다는 거죠. 
애니는 열등하지 않았습니다. 앨리트의 독자와 일반적인 독자가 있었을 따름이지요. 
이걸 알게된 것에 행복합니다. 두달전 저의 넉두리에 여러 조언을 해주신 분들과 공경추천해주신 모순나선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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