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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충사(蟲師), 그 아름다운 생명의 고동

2011.04.18 23:38

모순나선 조회 수:1909




내가 맨 처음 충사를 본 뒤에 느꼈던 점은 이 만큼의 제작자의 능력을 한 껏 뽐낸 애니는 처음이라는 점이다.
물론 기타 다른 명작들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충사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자칫 매우 지루하고 고리타분할 수 있는 소재와 스토리를 가지고 이렇게도 그야말로 생명력있게 애니로 풀어내었다.
나의 글이 충사를 모두 표현 할 수 는 없겠지만 지금 부터 충사에 대해 느낀 점을 조금이나마 적어보겠다

일단 충사는 애니 형식부터 '옴니버스'형식이다. 애니에서는 흔하게 보기 힘든 형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카우보이 비밥'이 있다. 즉, 이야기 진행이 1화부터 막화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화 마다 다른 주인공과(물론 메인 인물은 동일) 사건, 배경,스토리를 가진 다는 것이다.
충사가 대단하다는 점 또한 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어 진것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충사를 보고 나면 한 화 한 화 가 마치 짧은 단편 애니 아니 한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각 화의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강하고
개별적이면서도 동시에 애니 전체 흐름에는 어긋나지 않으며 사이 사이에 잔잔히 젖어드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이야기를 애니로 풀어내는 아마 감독의 능력이 대단했기 때문에 가능 했던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내용면에서 살펴보면 충사는 매우 독특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바로 그것은 '벌레(蟲)'다.
보통 벌레라면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보이는 곤충류를 생각하겠지만 충사에서 말하는 벌레는 의미가 다르다.
충사에서 말하는 '벌레'는 태고의 생명체가 생겨났을 때 부터 인간과 공존하면서 존재해온 셀 수 없는 특징들과 종류와 숫자로 이루어진 원시적인 생명체라는 것이다.
이 '벌레'는 일반 사람에게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벌레'를 보고 만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이 바로 '충사(蟲師)'다.
충사의 주인공인 깅코도 이 '충사'중의 한 명이다.
충사에서는 이 '벌레'들이 인간과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어떤 증상들과 특징을 깅코가 여러 곳을 여행하며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내용을 다룬다.
그 중에는 인간에게 이로운 것도, 해로운 것도 있지만
충사 전체에 기본적으로 흐르는 주제는 '벌레는 다른 것에 피해를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원래 존재 할 뿐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인 충사 깅코는 그렇게 일반 사람들과 벌레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해나간다.




충사의 애니의 퀼을 말하자면 대단하다 라는 말 이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강렬하기도, 약하기도 한 색채의 조화와 마치 물 흐르듯 잔잔히 흘러갈 땐 잔잔히 흘러가고 파도처럼 요동칠때는 파도처럼 요동치는 연출,
그러나 한결같이 잔잔하며 감정적인 애니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작화,
잔잔하면서 몽롱하며 일본 전통악기의 소리가 매우 인상적인 애니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맞는 OST
거기에 주인공들의 대사와 더불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깅코의 나레이션,
한 화가 끝날 때 깅코가 말하는 짤그막한 대사는 충사라는 애니를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한 화를 끝맺는 깅코의 나레이션을 들으면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울컥할 정도의 감정이 들기까지 한다.
그 사람이 처한 배경,상황들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단지 애니를 보고 있을 뿐인데.
더 이상 애니의 퀼에 대해서 말하면 나의 못난 언어능력으로 충사의 퀼을 떨어뜨릴까 두려워 여기까지 적겠다.




충사라는 애니 또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하다.
전에 공각기동대 글을 쓸 때도 말했었지만 애니에는 시청자로하여금 무엇인가를 생각하게하거나 느끼게 할 수 있는 메세지가 있어야 한다.
충사또한 그런 메세지를 얻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애니 중에 하나다.
깅코가 여러지역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의 처한 환경과 사건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얻은 느낌과 생각은 충사라는 애니를 통해 마치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만큼 충사라는 애니는 대단하다는 것이 아닐까..

충사또한 '재미'를 위한 애니는 아니라고 본다.
넘쳐나는 모에물과 뽕빨물 사이에서 요즘에 이런 애니는 나오지 않는게 너무나도 안타깝다.
또한 이런 애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본 애니또한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벌레는 그 존재 자체 만으로도 생명력을 지닌 존재이다.
다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뿐,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집안이나 밖이나 땅 아래나 공기나 숲이나 바다나 하늘이나 어디든지,
일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벌레라는 존재를 벌레를 보고 만질 수 있는 '충사'의 시선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애니가 바로 충사이다.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그렇지만 그 가운데에는 벌레라는 생명체와 인간의 교류.
마음 따뜻해지며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그린 애니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매우 권하고 싶은 애니이다.
당신의 빈(空)마음을 생명력 가득한 벌레의 이야기로 채워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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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갤로그에서 퍼왔습니다. 정말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던 작품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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