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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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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을 향한 회색빛 날갯짓 - 하이바네 연맹

하이바네 연맹 / 드라마 / 2002년 / 25분 / 총 13화 / 일본 / TV-Series
감독 토코로 토모카즈
원작 아베 요시토시

* 캐릭터 & 성우

락카 (성우 : 히로하시 료)
레키 (성우 : 노다 쥰코)
쿠우 (성우 : 야지마 아키코)
카나 (성우 : 미야지마 에리)
히카리 (성우 : 오리카사 후미코)
네무 (성우 : 무라이 카즈사)



(BGM정보) 하이바네 연맹 ost - Aoi Inori

구원(救援)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에 다다르기 위해선 어떤 것을 얻고 또 무엇을 행하여야 할까요? 이는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서 사람으로서 누구나 한번 쯤 생각해 볼 법한 주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정말 많은 이들이 바라고 또 수많은 성인(聖人)들이 많은 이들에게 가져다주기 위해 노력한 구원이란 것. 과연 이것을 얻는 것만으로 진정 행복과 평안함. 그리고 정신적(영혼)으로 모든 죄와 현재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가장 이상적인 상태에 다다르는 것일까요?

하이바네 연맹은 이 구원이라는 것에 다다르기 위해 아이들의 날갯짓을 그린 작품입니다.

독특한 세계관과 묵빛의 수채화를 뿌린 것 같은 배경과 작화. 잔잔하고 슬픈 BGM 그 속에 깊이감과 저마다의 과거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의 차분하고 담담한 이야기와 수많은 메시지를 13화라는 어찌 보면 짧아 보이는 흐름 속에 적지도 넘치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담아내어 강요보다는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며 풀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수년이 지난 지금도 매력 있고 좋은 작품이라 평 받는 이유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혹여 이 작품을 오래전에 봐서 기억나지 않거나 보지 못한 갤러들과 함께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이며 전체적인 흐름과 내용 등을 조금이나마 알려보고자 써보았습니다.



- 잿빛날개를 가진 아이들.

우선 하이바네라 불리우는 이들에 대해 잠시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대한 고치 속에서 태어나며, 갓난아이가 아닌 5~10세의 아이 혹 10대 초반에서 후반에 모습으로 정해진 시간도 장소도 없이 불현듯 태어납니다. 이 고치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신기하게 말과 자신의 외모와 맞는 지적 수준 등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단지 자신의 이름도 기억도 과거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이후 고치 속에서 꾸던 꿈에 따라 다른 하이바네로부터 이름을 새로운 이름을 주며, ‘빛의 고리’를 달아줍니다. 얼마 뒤 열과 동반된 고통과 함께 회색빛의 두 날개가 등 뒤에 돋아나며 한명의 하이바네가 됩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니며 그렇다고 천사나 신 같은 영적인 존재도 아닌(특별한 능력조차 없는) 반쪽짜리 존재 그것이 하이바네입니다. 이들이 지닌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빛은 바로 이들의 중립적인 위치와 그리고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자신들이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지 못하고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다 어느 날이면 사라져버리는 이 불완전한 존재들 이들이 하이바네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라카’라는 새로운 하이바네의 탄생과 함께 시작됩니다.

라카의 탄생과 레키와 다른 하이바네들의 이야기. 그녀의 시점으로부터 잿빛구름이 끼어있는 ‘구리’마을 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을 지내며 그곳에 융화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보내는 하이바네의 삶과 일상을 잔잔하고 담담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포근해 보이는 일상물 같죠?

담담하고 차분하게 풀어가는 묵빛의 수채화를 퍼뜨린 듯 이곳은 고요하고 정적이며 평화로워 보입니다만 푸른 하늘을 비치지 않는 - 언제나 묵빛의 구름이 가득 끼어있는 회색의 분위기처럼 이 마을은 평화롭고 어떠한 고민도 고뇌도 존재치 않는 곳일까요?



- 속죄(贖罪)

이들은 악(惡)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보통의 사람들보다 선함과 순수함을 머금고 있고, 남을 위하며 그리고 자신을 위하여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왜 속죄라는 부제를 붙였을까요?

네. 하이바네들에게는 자신조차 모르는 죄(罪)를 머금은 과거가 있습니다. 이들은 이것을 깨닫고 그 죄를 지우며 새로운 감정과 깨달음을 얻을 때 ‘홀로서기’라는 것을 통해 진정 구원에 다다른다고 용서받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깨닫고 어떻게 다다르는 과정이 이 작품의 주된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라카 역시 마을에서 다른 하이바네와 평범한 마을 사람들과 지내다 자연스레 구원이란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녀는 마을사람들에게 의지해야하는 평화롭지만 무기력해보이는 하이바네의 대한 존재에 대해 언제부터인가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찾아온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의의에 대한 궁금증이 찾아옵니다. 하이바네란 존재는 무엇이며 나는 여기에 왜 존재케 되었는가? 누가 우리를 이곳으로 이끌었으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고 찾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다는 것은 상실해버린 과거의 죄악감을 머금은 자신을 들추어내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을 도려내는 아픔과 상실감.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잇따르며 그녀를 괴롭힙니다. 라카를 지켜주며 보듬어준 레키라는 소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 역시 모두를 보듬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로 비추어졌지만 실은 그녀 역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원죄가 있었고, 그 상처받은 혼을 달래주었던 자 역시 ‘홀로서기’를 통해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상실감. 그리고 고치 속에서 새로이 태어나던 그 순간 역시도 다른 하이바네와 다르게 날개에 눌어붙은 거대한 죄업(罪業) 때문에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 구원받고자 했으나, 결국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했다는 상실감과 고통 때문에 고뇌하고 절망하고 있던 소녀입니다.

이 시련의 과정은 비단 이 두 소녀뿐만 아니라 하이바네라 불리우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거쳐야하는 과정입니다. 단지 작품에서는 고치를 발견해준 레키와 그런 그녀에게 보살핌을 받는 라카에게서 하이바네로써 가지는 고뇌와 갈등, 정신적 사랑을 중점으로 잡았을 뿐입니다.



누가 이들을 이곳에 이끌어 이런 길을 걷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그 아이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그것은 아이들 자기 자신만이 후에 깨달을 뿐입니다. 잔잔하고 먹먹한 빛깔을 띤 이 마을은 조용하고 정적이지만 그 안에서 수많은 소년과 소녀들이 고민하고 번뇌하며 저마다의 죄악감에 사로잡혀 아파합니다. 마치 스스로 형벌을 내리고 벌을 받는 모습마저 연상됩니다.

평범하게 마을 안에서 살아가며, 자신들이 만들어낸 소중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과 살아가며 살수도 있는데 왜 이런 길을 걷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찌하여야 죄를 지우고 아이들은 죄악감을 지우고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작품이 끝나갈 때 쯤 이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릴 것입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이곳에서의 죄라는 것은 벌을 받기 위해 아이들에게 달라붙어 이곳까지 따라 온 것은 아닙니다. 용서 받기 위해, 스스로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마을에서 새로운 삶(혹 휴식)을 보내다 때가 되면 자신의 죄의 굴레를 벗어나 ‘구원’에 이르기 위해 온 것일 겁니다.



-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용서와 영혼의 치유

결국 구원이란 것은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오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바란다고 기도하고 원하기만 해서도 찾아오는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픔을 딛고 자신의 과거와 죄를 모두 깨닫고 받아들이며. 그리고 무거운 죄악감을 같이 덜어내 줄 진정 믿음으로써 대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를 찾고 마음에 상처와 정체성의 상실감에서 온 공허를 메웠을 때. 그때 비로소 찾아오는 것입니다.

아니 이미 그것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하이바네들의 단순 육체를 벗어나 상처와 죄악감으로 불완전하고 비어있던 영혼은 풍족히 차오르며 완벽해짐과 동시에 구원을 넘어서는 이상적인 형태에 내면적인 만족감을 끌어안게 되는 것입니다. 구원이란 다다르기 위한 하나의 목표였던 것일 뿐이지 최종적인 영혼의 구제는 아닌 겁니다. 자신의 구원 이어 타인의 구원을 넘어 자신의 존재의미와 가치 ‘홀로서기’에 이르렀을 때 그때 진정 아이들의 영혼은 환하게 빛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을을 에워싼 거대한 벽을 넘어서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자신들에게 달려있던 어찌보면 죄악감과 자신들의 상처받고 아픈 과거를 상징하던 ‘빛의 고리’와 ‘회색빛의 날개’를 벗어던지고 한줄기의 빛으로 말이죠.

그리고 단순 개인의 구원으로 끝나지 않고, 스스로를 구하며 자연스럽게 자신 주변에 하이바네들에게 믿음과 깨달음을 심어주며 다른 이들을 이끄는 ‘인도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남은 하이바네들은 이를 슬퍼하기 보다는 축복해주며, 언젠가는 다가올 그날을 위해 시련 받고 고통스러울 것을 알면서 나아가는 갑니다. 성장과 치유에 아픔이 따르는 법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 말이 이 작품에서만큼은 크게 와닿습니다.



- 하이바네란 결국 무엇인가?

네. 이 글을 읽는 갤러들은 제가 이 작품에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였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허나 저는 이 작품에 모든 것을 말하지 아니하였습니다. 또 모든 것을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회색안개에 휘감긴 것 같은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것 하나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단지 작품이 진행되며 쉼 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많은 메시지와 열쇠를 던져줍니다. 전 몇 가지 열쇠와 메시지의 일부만을 내비쳤을 뿐입니다.

이것을 모아서 최종화에서 이 아이들이 어떤 형태의 구원을 받았는지, 이 아이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 그리고 이 마을과 벽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 왜 이곳에서 이런 시련의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종합하여 어느 정도 의문점을 풀고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사실 분석 중심에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그것은 자기만족으로 끝날 것 같아 감상과 추천형식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문점을 낳을 것입니다. 허나 다시금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조합하여 최종적인 결론에 다다를 것입니다. 이 작품의 큰 매력중 하나지요.

다른 이의 의견을 듣고 그렇구나. 라며 생각하기 보다는, 저마다 자신이 바라는 결말과 과정을 믿으며 이 작품에서 믿음과 따스함 내면의 완성과 자립 더욱 나아가 구원이란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지 않을까? 또 그것이 이 작품을 만든 이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그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렀을 때, 그것을 타인의 결론과 비교해보며 토론해보는 즐거움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이것을 바래며 이 글을 쓴 것입니다.)




<네무라는 하이바네 소녀가 만들어낸 하이바네 자신들의 이야기>
<영상은 봐도 좋고 넘어가도 상관은 없습니다. 단지 자신들의 처지를 이렇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또 하이바네 자신들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참조가 되는 영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한 가지 이 작품을 수년 만에 다시 재탕하며 얻은 메시지 하나를 말해보자면

소중하지 않은 존재 같은 건 없습니다. 스스로 반쪽짜리 생명체이며 아무런 가치도 존재해야할 이유도 없다고 괴로워하던 저 소녀들도 바로 곁에 자신들을 아껴주고 보듬어줄 존재가 있었습니다. 단지 자신 스스로 몰랐을 뿐입니다.

괴로워하고 슬플 때 나 혼자뿐이야. 라며 절망하지 말고 주변을 향해 외쳐보세요. 기다리면서 스스로 상처내지 말고 불러보고 달려가 보세요. 분명 당신에게 손길을 건네줄 것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시련과 죄악의 굴레를 벗고 ‘홀로서기’에 다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손으로 축복과 구원을 얻은 어린 아이들이 바깥세계에서 자신들에게 부여되었던 날개와 빛의 고리의 의미를 곱씹으며 이제는 평안하고 아쉬움 없는 삶을 누리길 빌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분위기와 내용이 잘 맞아떨어지며 개인적으로 너무도 마음에 들던 이 작품의 엔딩 Blue flow로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





긴 뻘글 읽어주신 갤러들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제가 구태여 시간을 들여 이리 길게 쓴 이유는 혹여 이글로 의하여 단 한명이라도 이 작품을 접해 나와 같은 감동과 치유됨을 느끼고, 너희들과 함께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픈 드높은 기대감 때문입니다. 나의 마음은 항상 너희들과 이야기하고자 대기중이란 걸 다시금 알려드립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anigallers&no=328041 원본 링크

- 월요일이 다가오기 전에 애갤러스에 썻던 뻘글하나 재탕해봄. 군제대후 이렇게 긴 감상을 주저리 뱉은게 오랜만이었제.

  안본이들은 한번 보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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