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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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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덕공생론

2012.01.28 19:22

뀨뀨함폭 조회 수:3126

덕력이 부족하여 온갖 무지한 언행을 일삼든, 아니면 중2적이고 달스러운 허세로 점철됐든, 어쨌든 네덕들도 엄연히 한국 덕후 사회의 일원이다. 그들이 비록 지금은 무개념 종자라고는 하나 그것은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요, 아직 덕계의 거친 피바람과 칼바람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일 터. 시간이 흐르면 그들도 거친 덕계의 현실에 적응하고, 순응하고, 덕력을 쌓고, 개념을 채우고, 지금의 우리와 같은 도헨타이 다메닝겐 키모오타의 경지로 접어들지 않을까? (그리고 그 단계로 차마 접어들지 못한 애들은 영영 덕계를 떠나 리얼충이 되는거고)


이 말은 즉 그들이 성장하여 지금의 우리와 같은 성숙한 덕후가 된다는 이야기이며, 그런 성장 가능성을 지닌 젊은 네덕들이 없다면 덕계는 유지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젋고 생기넘치며 막 나가는 네덕과 경덕(輕덕)들이 사라진다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선진국들 혹은 나갈업, 애니피아, 애니메이트가 그렇듯─ 덕계는 곧 영감탱이로 가득찬 늙고 쓸쓸한 곳, 혁신과 변화가 없어 정적이고 고요한, 키모오타들의 연옥이 될 것이 자명하다. 1998년 한일 문화개방을 기점으로 지난 15년간 한국 덕후 팬덤의 괄목할만한 성장의 밑바탕에는 어리고 젊은 덕후들의 끊임없는 꿈틀거림과 변화의 의지가 있었다는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PC통신의 애니메이션, 미소녀게임 동호회를 눈팅하며 동급생 하급생 투하트 깔아서 플레이해보던 중고등학생들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였다. 카드캡터 체리와 마법소녀 리나를 보며 무럭무럭 자라던 초등학생, 유치원생들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였다. 초기의 NT노벨과 장르 소설을 읽으며 아 고년참 꼴리네 하며 입맛을 다시던 젊은 문학도들은 누구인가? 지금의 국산 라이트노블 작가들이다. 똥같은 자막을 지 홈피에 뿌직뿌직 싸던 베르커드는 지금 뭐하는가? 애니플러스 방송국에서 자막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처음에는 미숙한 존재였으나 모두 성장하여 덕계의 당당한 주류(major)가 됐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네덕들은 지금은 비록 마이너이며 보잘것없는 존재이나 성장 잠재력이 있으며 덕질에 대한 의욕도 충만하다. 네덕들은 우리와 우리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스로 성장하고 성숙할 것이다. 그리고 바쁜 현실에 치여 덕계에서 쓸쓸히 퇴장할 미래의 우리들을 대신하여, 젊고 생동감 넘치는 신 덕계의 새로운 주류가 된다. 아니, 그것은 이미 어느정도 현실이 됐다. 2000년대 중반 블로그와 애니타운, SOS단 등에서 활동하던 1세대 네덕들은 당시엔 까였지만 지금은 이미 훌륭하게 성장하여 덕후 팬덤과 자막제작계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는걸 생각해보라. 


그런 그들, 그렇게 될 그들을 '네덕' 이라는 보캐불러리 하나로 싸잡아 욕하고 방해하고 배척하는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인가? 그들은 단지, 아직 덕후 피라미드의 최하위 계층에 위치한 '풀뿌리 덕후'일 뿐이다. 언젠가는 더 위의 계층으로 올라간다. 피라미드의 중상위에 있는 우리들의 눈에는 그들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으며 못마땅해 보이지만(사회의 상류층이 빈곤층을 보는 시선처럼) 그것은 오만과 인내심 결여, '개구리 올챙이적 모르는' 행동에 불과하다. 풀이 없는 숲이 클 수 없고, 젊고 혈기넘치는 인구가 없는 국가가 성장할 수 없는 것처럼, '풀뿌리 덕후' - 즉 네덕 없이 덕계는 성장할 수 없다. 


자! 우리는 그들을 포용해야한다. 당장 네이버에 덕후 키워드를 검색하여, 아무 네덕의 블로그로 들어가라. 친절하고 따스한 댓글을 달아라. 적개심을 품지 마라. 적개심을 품게 하지 마라. 그들의 멘토를 자처하라. 그들을 멘티로 만들라. 서로 이웃 신청도 해줘라. 후장을 빨아라. 후장을 빨려줘라. '[끌려간다' '탕' 이런 용어도 적극적으로 써보라. 같이 칭목질하라. 그렇게 친해지면 그들이 가끔 불법 스캔본을 끼리끼리 공유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데, 그때 저작권자에게 신고하여 포상금을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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