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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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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이빠이. 애니를 안 보신 분은 백스페이스 고고.




안녕하세요, 달룡입니다. 집에서 맛있는 삼겹살을 먹고 나니 샤프 들고 책 펼치기가 귀찮아져서 공모전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꼴랑 한 번 보고 리뷰 쓰려니까 왠지 나갈러 분들께 탈탈탈탈 털릴 것 같지만 나갈없의 활성화를 위해 자기 재산을 희생하시는 오보에 님의 정성을 무시할 수가 없어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어서 공모전에 참여하세요.


전 19살입니다. 같은 말로, 같은 반 아이들이 칠판 한구석에 수능 300일 남았네 670일 남았네 하고 적어 놓는 걸 보면서 '저런 걸 대체 왜 세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고3입니다. 아직 대학 구경밖에 못 해본 사람이라고요. 하지만 그런 영계라도 이 작품은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1화부터 9화까지 매 화의 앞부분에서 대학 생활의 낭만을 꿈꾸며 동아리를 고르는 주인공의 모습은, 대학생 소재의 애니메이션이면서도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매년 떡국 처먹으면서 솔로 경력을 늘리던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수많은 사회생활 뉴비들의 모습이 잘 반영되었으므로 도입부분부터 작품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정주행 결정!


애니 제목 :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현재 상황 : 옛날에 완결.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방영 화수 : 11화

인물 소개 : 


K-1.jpg 

주인공. 바라이로 캠퍼스 라이프를 바라지만 그런 건 저 멀리. 이름? 나오긴 했나요?


K-2.jpg 

아카시. 세탁기 안에서 회색 트렁크 팬티와 바뀐 제 흰색 모티그맨을 찾습니다.


K-3.jpg 

오즈. 밤길에 마주치면 열 중 여덟은 요괴로 착각하고 나머지 둘은 요괴라고 납득한다는데...


K-4.jpg 

히구치 사부. 오래 산 동물이 몸에 영기를 두르듯 신비한 분위기를 띠게 됐다는데, 그런 것만은 아닌 듯.


다른 캐릭터들 소개는... 필요합니까?



감상 :


매드하우스 쩝니다.


1. 일단 연출에 대해 몇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첫 번째. 바케모노가타리, 안녕 절망선생 등등에서 사용되었던 3D 활용이 여기에서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용방법이 다릅니다. 실사 연출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10화, 11화라고 생각합니다. 제작사는 주인공이 선택을 포기하고 틀어박힌 넉장 반의 세계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3D 세계, 즉 시청자들의 현실 위에 주인공을 가뒤 놓는 연출을 시전합니다. 그리고 저는 직격당했죠.


두 번째. 적응하기 전에는 자막을 보는데도 제대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나레이션이 나옵니다. 이게 1화에서는 분명히 결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체감 진행이 지나치게 빠르고 주인공의 처지를 시청자가 고민할 시간이 없어서, 많은 시청자들은 1화에서 주인공이 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이해하기만 할 뿐 완전히 받아들이지를 못합니다. 하지만 루프물의 장점은 이야기를 계속 보여 주면서 공감을 유도할 수 있다는 거죠, 주인공이 선택하고, 소외되고, 노력하고, 좌절하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시청자들은 빠른 나레이션을 하나의 매력으로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의 인물상에 나레이션 속도가 영향을 미치게 되죠.


세 번째. 정신없이 지나가는 화면 연출이 많습니다. 하루히도 아닌데 비슷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 시청자는 지루해할 수 있죠. 그 지루함을 어느 정도 지워 줄 수 있는 것은 작품 자체의 시각적, 청각적 효과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시각적 효과를 적절하게 이용했죠. 특히 '죠니'가 주인공을 충동질하는 부분의 시각 효과는 참 괜찮았습니다.


2. 식상해질 수도 있는 소재로 만들어 낸 멋진 스토리.


멋진 스토리다. 어디서 본 것 같지만 그러면 어때.


다 보고 처음 든 감상이었습니다. 참신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달방식이 멋졌습니다.


주인공은 바라이로 캠퍼스 라이프를 위해 매번 이것저것을 선택합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해서 소외되고, 오즈라는 좋지 못한 친구를 만나고, 소외된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은 바라는 대로 돌아가지 않아 힘들어하고, 좌절하고, 잡으려고 했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선택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게 됩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길에서 주인공은 후회하기만 합니다. 자신의 대학 생활이 이렇게까지 회색이고, 자신이 이렇게까지 못 쓸 사람이 되고, 자신은 호기를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언제나 놓친다는 것에 대해서요. 그리고 후회하다가 지쳤는지(기억이 이어지지는 않지만) 10화의 주인공은 아무 길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합니다. 사실 이런 건 그냥 말장난이죠. 주인공은 선택하기를 포기합니다. 다다미 넉장 반의 세계 안에서 나아갈 의욕을 잃어 버립니다. 그것도 나름대로 자신에게 충실한 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초자연적인 일을 겪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환경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자기가 자기 세계의 전부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 왔던 다다미 넉장 반이, 정말로 자기 세계의 전부가 되어 버립니다. 주인공은 그 안에서 방황합니다. 지폐를 줍거나 벽을 부수는 등의 노력도 해 보지만 현실 세계와 달리 그 다다미 세계 안에서는 모든 노력이 의미를 상실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던 모든 길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그 길들이, 사실 하나같이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아마도 너무 깨닫는 게 늦었다고 자책했을 테지요. 아무리 후회되는 일이 많아도 자신이 스스로 만든 세계를, 스스로가 자신을 가둔 세계를 뛰쳐나가서 저 넓은 세계를 다다미 넉장 반으로 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너무도 늦게 깨닫습니다(주인공은 말했죠,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은 다다미 넉장 반까지라고). 그리고 자기가 언제나 잡으려고 했던 호기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잡을 수 있는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호기를 잡기엔 너무 늦어 버렸습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지만 현실은 주인공에게 그리 냉정하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각성한 주인공에게 다시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망설이지 않고 호기를 잡아 냅니다. 나름 감동!


3. 인물들도 칭찬할 만하지 않나요?


인물들의 개성은 차치하고도, 모든 인물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진 채 굴러가는 애니메이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은 것도 아니지만요. 전 특히 오즈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4. 그런데 오프닝 끊은 게 마음에 안 드네요.


오프닝을 참 거지같이 끊어 놨습니다. 아나. 하지만 오프닝과 엔딩 영상은 좋았어요. 뭔가 정신없는 듯하면서도 시각 효과가 돋보였죠.

근데 이 리뷰 제가 썼지만 오그리토그리. 으아아아아.


5. 그래서, 제 점수는요?


보셨으면 점수는 주고 가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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