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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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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에 마미를 위해

2011.04.26 16:49

에밀 조회 수:1426 추천:1

마미도 사야카처럼 신도 성자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고 생각해.
사야카가 지키고 싶었던 정의가 특별하고 신기한 게 아닌, 상식적인 선인 것처럼 마미가 해왔던 일들은 사람들을 해치는 마녀와 사역마를 잡는다 이 정도.
누구든지 힘을 가졌다면 할 수 있는 정의관념.
사야카가 마미를 따라다니고 바라보며 마법소녀의 꿈을 키웠고 마미가 처참히 죽는 걸 보고도 이루고 싶은 소원을 위해 마법소녀가 되었지.
마법소녀가 된 후에도 사야카가 마미의 길을 가장 충실히 계승하고 마미의 뜻과 같이 마녀와 사역마들을 해치우는 걸 보면 마미는 신이나 성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도덕관과 힘을 가진 자가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그리고 이 세계관에서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힘들다는 걸 보여줬다고 본다. 

마미는 화려한 전투씬, 변신장면, 기술명 외치기 등을 통해 전형적인 마법소녀물의 마법소녀를 보여줬지.
그리고 끔찍하게 죽음으로써 마마마가 일반적인 마법소녀물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반전의 역할을 한 것.
기술명 외치기나 변신장면 보면서 허영에 차있다, 자의식과잉, 중2병 이러는 건 웃기는 거지.
일부로 제작진이 그런 캐릭터로 만들고 3화까지 밝고 명랑한 마법소녀물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인데 여기서 마미의 성격이나 인격 평가하는 건 잘못 집은 거라고 봐.



마미의 성격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아무래도 가족이 모두 죽은 교통사고겠지.
어린 나이에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게 된 사건은 이후에도 평생 트라우마가 되고 성격에 영향을 미쳤을 거야.
그런 큰일을 겪고도 비뚤어지지 않고 혼자 외롭게 마녀, 사역마와 목숨을 걸고,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 죽음의 위기에 항상 직면하면서 주어진 힘을 사용해 온 마미.
가족이 없지만 학교는 성실하게 계속 나가고 방과 후에도 자기 시간도 별로 없이 위험한 전투를 계속하는 이 아이를 보고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내가 마미보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어떻게 보면 평범한 사람은 저렇게 못 하지.
사람은 딱히 착하지 않아.
편한 걸 좋아하고 양심을 조금 속이면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때 거리낌 없이 양심을 치워두고 나쁜 짓을 하지.
내 한 몸 괴로우면 그게 옳지 않아도 편하게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고 해치지.
아무 보상도 없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마녀, 사역마 사냥을 외롭게 계속해온 것만 봐도 마미는 일반적인 사람보다 훨씬 착하다고 봐.

그리고 마미는 외로웠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동료 마법소녀도 없고 누구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말할 상대도 없었어.
학교 수업 다 받고 방과 후 목숨을 걸고 힘들게 싸운 후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이 기다리고 있지.
온기도 사람의 자취도 없는 쓸쓸하고 외로운 집.
그리고 그 생활은 계속 반복되어왔어.



마도카에게 한 말 중
"난 동경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억지로 폼만 잡을 뿐 무섭고 괴로워도 누구에게 의논도 못 하고 외톨이라서 울기만 해.
정말로 앞으로 나랑 함께 싸워주는 거야? 곁에 있어주는 거야?"

그렇게 바라고 갈망했던 동료로 마도카가 합류하겠다고 하자 
"몸이 가벼워. 이런 행복한 기분으로 싸우는 건 처음이야.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얼마나 기뻤을까. 정말 인간적이야.
그 직후 샤를롯테에게 끔찍한 죽음을 맞은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평범한 소녀에게 이 세계는 너무 가혹했어.

사야카가 
"마미 선배, 제 소원 이뤄졌어요. 후회 따위 있을 리 없어요. 전 지금 최고로 행복해요."
말한 순간 난 3화의 마미가 기뻐했던 장면이 오버랩됐어.
보면서 사야카는 부디 마미와 다르게 행복하길 바랐지만 희망은 없었지.
마미는 사야카의 선배 역할이자 롤모델이었고 사야카의 미래였지.
아무리 노력하고 오로지 선의였다 해도 이 가혹한 세상은 그녀들의 행복을 용납하지 않았어.
비참하게 부서져 갈 뿐.

마미를 이야기하자면 10화의 팀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지.
하…….
할 말이 없다.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어.
가족이 모두 죽었어도 굴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외롭게 혼자 싸워왔어.
그렇게 바라던 동료도 드디어 얻었고 믿을 수 있는 동료와 싸워왔지.
하지만 그건 전부 거짓이었어.
마녀는 미래의 나 자신일 뿐.
과거의 마법소녀들을 죽이고 있었고 앞으로 나와 내 동료가 마녀가 되어 사람을 죽이겠지.
미쳐버릴 만 해.

10화 이후로 미친 듯이 까이고, 목이 잘리는 장면이나 "모두 죽을 수밖에 없잖아!" 그 부분이 어마어마하게 2차 창작되는 걸 보면서
난 끝까지 마미빠로 남게 되었다.
그 외로운 소녀에게 나 혼자라도 끝까지 곁에 같이 있어주겠다고.

사야카와 마미는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다른 점은 분량의 차이와 제작진에게 이용당하는 빈도?
개인적인 생각으론 마미가 마마마에서 보여주고 싶은 걸 위한 소품으로 너무 자주 이용당한 것 같아.
화려한 변신장면, 밝은 테마곡, 기술명 외치기 등도 반전을 위한 클리셰고
3화에서 죽인 건 뭐 말하면 귀찮고.
10화에서 팀킬은…….
이해는 하지만 굳이 그런 식으로 동료를 죽였어야 하나?
12화에선 그냥 해설 역으로 나온 것뿐.

뭐 어차피 애니 캐릭터일 뿐이고 작가가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는 허구의 창조물이지만
그 허구에 감정이입하는 건 애니를 즐기는 방식이니까.

생각해보면 대사 자체도 엄청나게 적은 이 캐릭터에 이렇게 공감하려 노력하고 깊이 빠져든 건 
제작진이 보여준 것 이상을 내가 상상해서 생각한 것도 분명 있어.


마미의 중요한 대사는 이게 전부야.

"마미 선배는 그런 무서운 자들과 싸우고 있나요?(마도카의 질문)
그래, 목숨을 걸고. 그러니 너희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좋아.
큐베에게 선택된 너희에겐 어떤 소원이든 이룰 기회가 있어. 하지만 그것은 죽음의 위험부담이 있다는 것.

미래의 후배에게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지.

나 같은 경우…생각할 여유도 없었지. 후회하는 건 아니야. 지금 살아가는 것도 거기서 죽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해.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는 아이는 잘 생각해본 후에 결정했으면 해.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타인의 소원을 이루게 해주려면 자신이 원하는 걸 더욱 확실히 해야 해.
미키, 넌 그가 꿈을 이뤘으면 하니? 아니면 그의 꿈을 이뤄줘서 은인이 되고 싶니?
같아 보여도 전혀 달라. 그걸 잘못 여긴 채 앞으로 나아가면 넌 분명 후회해.

좋은 게 아니야. 마법소녀는. 힘들어. 다치기도 하고. 친구와 놀거나 이성을 사귈 여유도 없어져.
난 동경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억지로 폼만 잡을 뿐 무섭고 괴로워도 누구에게 의논도 못 하고 외톨이라서 울기만 해.
정말로 앞으로 나랑 함께 싸워주는 거야? 곁에 있어주는 거야?

난감하네. 아직은 선배 노릇을 해야 하는데. 역시 난 안 되나 봐.
오케이, 알았어. 오늘이야말로 속공으로 물리쳐 주겠어.
몸이 가벼워. 이런 행복한 기분으로 싸우는 건 처음이야.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비중이 별로 없는 조연을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건 누가 심하게 공격당하고 있는 걸 보면 왠지 그쪽 편을 들고 싶어하는 성격이라 그런 듯.

힘내라 마미!
항상 응원하고 있어.
이제 동료와 함께 힘껏 싸우고 언젠가 편히 쉬어라.
우리를 위해 싸워줘서 고마워 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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