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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만듦

마마마 일상 시리즈중 첫번째 작품입니다.
[마법소녀 마도카☆마키카]를 배경으로 한 일상물 팬픽으로 다음과 같은 동인설정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1.마녀와 마법소녀 전혀 없음
2.큐베는 뽀로로급 인기 캐릭터
3.마미는 학생회장
4.쿄코의 가족은 아직 안무너짐
5.호무라는 달빠

이외 기타 동인설정이 있으니 거기에 유의하여 읽어 주세요.


미타기중 잔혹사.

見滝中殘酷史



 #.1


 시내의 어느 카페테리아. 미타기하라 중학교 1학년인 미키 사야카는 같은 반 친구인 시즈키 히토미와 함께 오게 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엔 즐겁게 수다를 떨기 마련이지만 히토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기에 평소 활달한 성격인 사야카는 무엇 때문에 히토미가 이곳으로 불렀는지 무슨 영문인지 잘 몰라 얼떨떨할 뿐이었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뭐야?”


 “사랑의 상담이에요.”


 “어..?!” 사야카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히토미는 눈에 띄는 미인이지만 부잣집 딸에 교양 있는 아가씨고 누구에게나 존대말을 쓰는 야마토나데시코大和撫子기질이 있는 여자이다. 그러한 탓인지 많은 남학생들에게 고백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차곤 했다. 그런 히토미가 사랑의 상담이라니. 사야카는 별 일이 다 있다는 생각이다


 “나 있지. 전부터 사야카 상과 마도카 상에게 비밀로 해온 일이 있어요.”


 “에..? 어.. 응.” 사야카는 한 가지 의심가는게 있어 불안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저. 계속 카미죠 쿄스케를 좋아했었습니다.”


 그때, 사야카의 눈빛이 흔들기 시작했다. 카미죠 쿄스케. 사야카의 소꿉친구였다. 어릴 적부터 주위에서 촉망받았던 바이올리스트. 그러나 사고 때문에 중상을 입었고 특히 왼손의 부상은 절망적이라 더 이상 회생이 불가할 정도로 다쳐 있었다. 더 이상 바이올린을 잡지 못할 정도로.


 그러나 손은 기적적으로 나아졌으며, 나머지도 목발을 짚고 등교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다. 이렇게까지 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물심양면으로 간병하고 도와주었던 사야카의 힘이 컸었다.


 사야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상대는 바로 그 쿄스케인 것이다.


 “그.. 그렇구나.”


 하지만 히토미의 눈빛은 사야카와 다르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이것이 다른 의미로는 두려웠는지라 사야카는 팔짱을 끼고도 조금 움츠린 걸로 보였었다. 눈도 히토미의 시선을 맞추지도 못했다.


 “설마 히토미가? 뭐야~ 쿄스케 녀석 제법이네...”


 “사야카 상은 카미죠 군과 소꿉친구지요?”


 “뭐.. 그.. 악연이라고 할까 뭐랄까..”


 “정말로 그것뿐입니까?“


 정곡을 찌른 말에 사야카는 더 이상 흔들림 없이 히토미와 다시 시선을 맞추었다.


 “나. 결심했어요, 이제 자신을 속이진 않겠다고. 당신은 어떻습니까? 사야카 상. 당신은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마주 볼 수 있습니까?”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야..?”


 “당신은 나의 소중한 친구입니다. 그러니까 새치기 하는 것도, 가로채는 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카미죠 군을 좋아했던 시간은 저보다 당신이 더 깁니다. 그러기에, 당신은 나보다 먼저 고백할 권리가 있습니다.”


 “히토미..”

 
 “나는 내일 방과 후에 카미죠 군에게 고백할 겁니다. 방과 후까지 기다릴 테니 사야카상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 주세요, 카미죠 군에게 마음을 전할지 전하지 않을지”


 “나는..”


 말이 나오기 전에, 히토미는 먼저 자리에 일어나 사야카에게 말 없이 고개 숙여 인사하며 헤어지고 말았다.

사야카는 혼란스러웠다. 히토미는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친한 친구 중 한명이다. 그러나 쿄스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녀의 머릿속은 선이 뱅글뱅글 돌아 검은 털뭉치가 된 것처럼 고뇌로 가득차버린 것이었다.


 “......대체 어쩌라는 거야.”


 사야카 앞에서 남은 것은 핫도그와 식어버린 까페 아메리카노 밖에 없었다. 그대로 두기엔 아까운지, 아니면 먹는 걸로 울분을 풀려는 모양인지 핫도그부터 입에 처넣고 곱씹기 시작했다. 마치 핫도그가 히토미의 이야기라도 되는 것처럼.






 #.2


 히토미가 사야카에게 결심은 선전포고로 그쳤다. 무엇 때문인지 쿄스케는 학교를 나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녀가 말한 방과 후의 시간까지도 계속 결석한 상태가 되고 말 것이었다.


 카나메 마도카는 사야카와 히토미 사이에 무언가 불화가 있음을 눈치챘다. 그도 그러할 것이, 등교 때부터 이들은 절교라도 한 것처럼 서로 말도 건네지 않았었다. 그녀는 사야카에게, 그리고 히토미에게 각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지만 다 같이 ‘아무 일도 아니야’로 답하며 어물쩍 넘어간 게 전부였다.


 원래 마도카와 사야카, 히토미는 서로 같이 등교를 하고, 함께 어울려 다니는 사이였다. 그만큼 막역한 사이였으니 마도카는 내내 불안하기만 했다. 불화가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설마 정말로 절교한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무엇 때문이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대체 이 둘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마도카는 내내 골머리를 썩였다.


 그렇게 히토미가 사야카에게 말한 방과 후의 시간은 지나가고 말았다. 다들 하교할 준비할 시간에 히토미 측에서 마도카에게 다가가 잠깐 복도에 불렀다.


“히토미 쨩.”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어요. 나, 사실 사야카 상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고 말았어요.”


“그거, 무슨 일인지 말할 수는 없지?”


“네.” 히토미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혹시나 그 응어리. 풀어진다면 사야카 쨩과 다시 예전처럼 친해질 수 있는 거지?”


“..............물론이죠. 그래서 부탁이 있습니다.”


“무슨 부탁?”


“사야카 상을 위로해 주세요. 원래 제가 사과해야 하지만... 할 일이 있고, 게다가 섣불리 다가가기 힘들 것 같아서..”


 히토미는 다른 여자애의 취미에는 잘 끼지 못했다. 학급위원이며 명문 고등학교를 지망하는 수험생이기도 했고 전통무용, 다도, 꽃꽂이, 화법 같이 전형적인 상류층 여성이 되기 위한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지라 가장 친한 두 친구와도 같이 있는 시간은 학교에 한정되어 있었다.


 마도카는 히토미의 처지를 누구보다 알고 있었다. 사야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말만은 해야 하겠다는 듯 마도카는 두 손으로 히토미의 왼손을 잡고 눈에 힘을 주어 말을 꺼냈다.


 “사야카 쨩. 계속 말이 없었어.”


 “..............”


 “언젠가 반드시 사과할거지?”


 “네.”


 “그 날이 오랜 후가 아니길 빌게. 어서 가봐.”


 손에 손이 떨어졌다. 히토미는 쓴 웃음을 짓고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는 수 없지. 마도카가 그렇게 뇌까리며 다시 교실로 돌아오자 사야카가 누군가와 다투고 있는게 보였다.

 
 “그냥 흘려 넘기지 못할 소리를 하고 있네. 너. 메루루라면 설마 [스타더스트☆위치 메루루]를 말하는 거지? 게다가 그건 한참 오래된 애니 아니니? 배틀계 마법소녀라니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났지. 그런 건 저능한 애들이나 얄팍한 모에 요소만 있으면 만족하는 씹덕후들이나 보는 졸작이야. 그리고 사실 당시 시청률만 봐도 그쪽이 꽝이지.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는 집어치워.”


 전학생 아케미 호무라의 말이었다. 성적 우수, 용모 단정, 스포츠 만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로 최근에 마도카랑 친해진 친구였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선뜻 다가가기가 힘든 분위기가 있어서, 마도카는 옆에 남학생을 잡고 물어보았다.


 “저기.. 이치로 쨩. 사야카 쨩과 호무라 쨩. 대체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 거야?”


 “마스케라인가..? 아케미가 그 애니 꼭 봐라고 막 떠들더니 미키가 그거 중2병 애니고 메루루가 짱이라고 해서 발끈한 모양이던데.”


 마도카도 알고 있는 애니였다. 원제는 [MASCHERA -타천堕天한 짐승의 통곡-]으로, 스토리와 작화의 우수성으로 오래전부터 명작으로 취급받는 애니였다. ㅡ단지 스토리 자체가 조금만 봐도 선이 보일 것 같은 부류인 게 흠이지만.ㅡ 앞서 말한 [스타더스트☆위치 메루루]도 당시 방영할 때부터 명작으로 인정하는 애니지만 그쪽과는 다르게 전형적으로 아동을 타깃으로 한 마법 배틀물이었다.

 
 “시청률? 그게 뭐? 잘 들어. 내가 보는 애니가 ‘명작’이고, 나머진 다 똥이야 똥! 메루루는 세상의 진리니까 잘 기억해두도록 해, 너 지금 하는 말 꼬리지 보니까 메루루 1화도 안 본 것 같은데 1기 라스트 배틀을 보면 절대로 그딴 말이 생각도 나오지 않을걸? 아아~ 진짜 불쌍한 년이네, 그걸 못 봤다니! 죽을 만큼 불타는 삽입곡에 맞춰 완전 감동으로 움직이는데! 어린이 애니라고 우습게 보지 마! 한방에 훅 갈 수 있으니까.”

 
 “너야말로 말조심 하지 그래? 뭐가 중2병 애니라는 거야! 나는 말이야. 그 세 글자로 형성되는 단어가 죽을 만큼 싫어. 아주 뜯어 죽이고 싶어. 찢어 죽이고 싶어. 조금 그런 요소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의 본질을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딴 단어를 남용하며 비판하는 어리석은 것들도! 미키 사야카. 너도 그런 안여돼들 중 한 마리니?”


 “가슴은 평평한데 나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주제에.”


 호무라는 아픈 부위를 찔렀는지 아미가 찌그러지며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사실 무게의 차이라고 해봤자 1-2kg에 지나지 않지만 여자애에게 이런 차이는 매우 큰 법이다. 게다가 호무라의 몸매는 늘씬하고 매끈하지만, 너무 그래서 가슴이 작다 못해 아예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자기보다 키가 조금 더 크고 가슴도 확연하게 차이나는 사야카보다 무게가 더 나간다는 사실은 아무리 호무라가 참을성이 많은 성격이라 할지라도 버티기 힘들었다. 호무라는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인 듯 양 주먹을 꽉 쥐고 이빨을 앙다물며 사야카를 노려보았다.

 
 이러다 한 대 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 마도카가 호무라의 어깨를 잡고 미소를 지었다.

 
 “네. 네. 거기까지. 둘 다 너무 심한 거 아냐? 게다가 사야카 쨩. 사야카 쨩도 마미 선배와 같이 마스케라 신극장판 재미있게 봤었잖아.”


 그 말에 사야카는 약점을 잡힌 듯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토모에 마미는 3학년인 학생회장으로, 마도카들과 가장 친한 선배였다. 역대 학생회장 중에서 유난히 예쁘고 몸매가 좋아서 여신으로 받드는 애들도 있으며, 심지어 그라비아 아이돌을 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그. 그야. 마미 상이 이거 재밌다고 해서 봤으니까~ 아하하핫.”


 “뭐야. 중2병중2병하고 발끈하더니 결국 너도 재미있게 봤잖아?”

 
 호무라가 비아냥거리자 사야카는 고개를 치켜들어 코웃음을 쳤다.


 “흥. 하지만 그게 중2병물이란 건 사실이고, 메루루가 100배나 더 재미있다는 건 진리인 걸? 오히려 발끈한 건 너지. 눈앞에 선이 보여?”


 “너 정말 열 받는 애구나.”


 “너도 마찬가지야.”


 순간 마도카는 둘 사이에 스파크가 튀어서 조금 있으면 활극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 둘은 성격 탓인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다툼이 많았었다.


 “아아~ 사야카 쨩 그만하라니깐! 호무라 쨩도 마찬가지야. 메루루도 마스케라 못지않는 명작이고 사야카 쨩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인데 그렇게 험한 말을 하면 못써요. 취향존중이란 좋은 말이 있잖아.”


 “......미안.”


 호무라는 유난히 마도카에게 약했다. 그래서인지 마도카의 말에 호무라는 화난 표정을 풀고 수긍하며, 눈을 감고 사야카 앞에 고개를 숙여 재차 사과했다.


 “미안해.”


 뜻밖의 사과에 사야카도 깜짝 놀라 그만 얼굴이 풀어지고 말았다.


 “아 아니ㅡ 나도 마찬가지인걸! 내가 중2병이라는 말만 안했어도.”


 “그럼 화해의 의미로 같이 타코야키 먹으러 안 갈래? 어제 새로 연 곳이 있는데 쿄코 쨩이 이거 꼭 먹으라면서 매우 좋아하더라.”


 마도카가 말한 사쿠라 쿄코는 호무라가 전학온 후에 이어서 전학 온 여학생으로, 먹성 좋고 귀엽고 쾌활한 아이였다. 그런 그녀가 추천하는 타코야키니 정말 맛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마도카의 제안에 사야카는

 “응. 좋지.”라고 수긍했지만 호무라는 고개를 저었다.

 
 뒤에 쿄코가 “어이ㅡ아케미! 안 올 거야?!”라고 외치고 있었다.


“아. 사오토메 선생님이 교무실로 오시라고 해서. 이만 가볼게.”


 사오토메 카즈코는 마도카의 반의 담임선생님이었다. 과목은 영어. 나이가 곧 30대를 넘어가기 일보직전이라 좋은 남자와 사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리 차이고 저리 차여서 캐리어만 쌓아가는 통이라 학생들에게 하소연하는 버릇이 있었다. 하지만 근본 자체는 좋은 선생님으로 매일같이 학생을 챙겨주는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앞서 말한 교무실로의 부름도 아마 호무라와 쿄코를 불러서 새 학교에 적응하기에 어려움은 없는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일 모양이다.


 “에에. 전학생끼리 부르는 것인가. 할 수 없지. 얼른 가봐.”


 저리가 저리가 쉭쉭, 사야카가 어서 가라면서 손을 흔들자 호무라는 곤란한 표정으로 쓴 미소를 짓고 교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싸움을 말리고 화해시켜서 그런지 마도카는 불을 다 끈 소방수와 같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 그래도 왠지 기분이 괜찮은 모양이네?”


 “당연하잖아? 내가 우울할 일이 뭐가 있다고.”


 사야카는 뒤통수에 팔짱을 끼고 웃었다. 오늘은 유달리 쓴 웃음을 많이 본 탓인지 마도카의 미소도 악간은 쓰디쓴 미소였다.




 

 #.3


 밤 8시. 어떤 계절이든 하늘이 검을 시점이었다. 그때까지 마도카와 사야카는 타코야키 뿐만 아니라 오락실과 노래방에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마침내 공원에 오게 되었다. 이 공원은 마도카 집과 사야카 집과 갈림길이기도 했다.


 “.....히토미. 때문이지?”


 사야카의 말에 마도카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부정은 안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있지? 오늘 후회할 뻔 했어..”


 “...............”


 “그때 쿄스케에게 고백하면 좋았을걸. 이라고 아주 잠깐이지만 생각해버렸어.”


 그때라고 한다면 쿄스케가 입원하는 시기였다. 마도카도 알고 있었다. 쿄스케가 사고당한 소식을 들은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줄곧, 사야카는 그를 병문안하면서 챙겨주었다는 것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쿄스케가 기적적으로 나을 수 있었다는 것도 사야카의 도움이 컸다고 믿을 것이다. 사야카는 그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자부심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건 너무 비겁한지라 꾹 참고 있었어. 그래서 쿄스케가 몸이 다 낫고, 웃음을 되찾으면 그때 내 마음을 전하려고 했었어.”


 마도카는 그때 사야카에게 눈물을 보았다. 항상 밝고 활달하여, 절대 울 것 같지 않았던 명량소녀의 눈에서 짠물이 방울을 그리며 펑펑 쏟아지는 것이었다. 마도카는 사야카에게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사야카의 어깨가 떨리고 있다. 눈으로 짓고 있는 울음은 입으로까지 전해져, 마도카의 품 속에서 오열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히토미에게 쿄스케를 빼앗길 거야! 히토미는 나랑 비교도 안 되는 아이니까.. 게다가 쿄스케에게 나는.. 단지.. 단지....... 소꿉친구에 지나지 않으니까...!”

 
 “사야카 쨩...”


 “그러니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히토미는 마도카랑 같이 내 절친인걸.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아무것도........”


 마도카는 그때 와서야 사야카와 히토미 사이가 서먹서먹해진 이유를 알았다. 사야카는 처음부터 줄곧 쿄스케를 좋아해왔지만 히토미도 쿄스케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을. 그렇기에 사야카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 계속 갈등해야 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둘 다 아직까지도 서로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4


 결국 다음 날이 되어서도 그 둘은 서먹서먹한 상태였다. 서로 말을 아예 건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필요에 따른 사무적인 이야기만 말하고 말아버리는 것이 반 애들로서는 어제처럼 서로 말을 꺼내지 않은 때보다도 더 어색하게 보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차마 끼어들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는지 아무도 이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

 
 어색하게 보이는 건 전학생 호무라와 쿄코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전학생이라고 해도 마도카와 사야카, 히토미 트리오는 같이 어울려 다닌다는걸 모를 리는 없었다.


 “미키 사야카.”


 “음..?”


 사야카가 교정校庭의 벤치에 앉아 매점에서 사온 메론빵과 우유를 먹고 있을 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쪽을 돌아보았다.


 “뭐야. 너였냐.”


 그녀를 부른 사람은 호무라였다. 손에는 단팥빵 하나가 들려 있었다.


 “최근 뭔가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 해서.”


 “그딴 거 없어. 신경 꺼.”


 “예를 들어 사랑의 고민이라던가.”


 “푸웃-!” 정곡을 찔린 사야카는 마시고 있던 우유를 다 뱉을 뻔했다.


 “역시 제대로 맞았군.”


 사야카는 호무라의 말이 자신의 안속을 샅샅이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너 그거. 어디에서 들었어? 마도카에게서?”


 “카나메 마도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 내 추리이야.”


 추측이라는 말에 한편으로 안심해버리는 사야카.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그런 거였냐. 괜히 사람 쫄게 만들지 말라고.”


 “그리고 시즈키 히토미가 사랑의 라이벌이 되었겠지. 원래부터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를 좋아하는 또 다른 여자가 있다. 그리고 하필이면 절친이고. 그래서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어제부터 계속 서먹한 상태였다. 정도가 되겠지.”


 추리. 추리라고 해도 너무 들어맞는 추리다. 사야카는 소름 돋다 못해 거부감마저 느꼈다.


“너 미연시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머리가 돈 거 아냐?”


 사야카는 차마 그 말이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의 그 대사에 오히려 호무라가 대뜸 놀라버리고 말았다.


 “예리하구나. 고작 몇 마디 대화로 이렇게 알아내다니. 확실히 내 취미는 미연시지.”

 
 “겍.. 정말이었냐? 어쩐지 달빠月廚같은 느낌이 나서 혹시나 싶었지.”

 
 달빠라는 말에 즉각 반응하여 눈썹을 구기는 호무라. 그대로 한손에 사야카의 멱살을 잡았다.

 
 “너. 달빠라고 하지 마. 타입문의 게임들은 일반인이 해도 대체로 감탄할 만한 명작이니까.”

 
 “진짜 달빠였었냐 너.”

 
 “큭...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호무라는 잡았던 멱살을 놓았다. 그리고 손에 든 단팥빵을 물도 없이 꼭꼭 씹어 삼키면서 다시 말을 꺼냈다.


 “어쨌든.. 이제까지 대화를 보니까 내가 하는 말이 맞는 모양이구나. 미키 사야카.”


 “그래. 네가 하는 말 다 맞아.”


 사야카는 ‘하는 수 없지‘라고 말할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 호무라가 내민 검지에 눈길이 갔다.


 “그 좋아하는 대상은 누구일까ㅡ 그래.”


 호무라의 손은 한 남학생을 가리키고 있다.


 “카미죠 쿄스케라던가.”


 “켁..” 정확히 맞춰버린 호무라의 입에 사야카의 얼굴은 정말로 창백해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몇초 뒤 얼굴이 딸기처럼 새빨개지고 말았다. 호무라의 손가락은 정확히 쿄스케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으으. 너어~”


 “사실 이 부분은 카나메 마도카에게 들은 적이 있어. 네가 그를 자주 병문안했던 사실 말이야.”


 뭐야. 결국 들었었구나. 사야카는 그렇게 생각하다 씁쓸하게 웃었다. 쿄스케가 입원한 때 계속 돌봐주었던 사실이 알려진 것이 쑥스러웠고, 결국 그런 그녀 자신이라고 해도 그의 마음을 얻어낼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모자인 히토미가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좋은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에 얼굴이 굳어지고, 표정이 없어진 사야카는 아무 말 없이 메론빵과 우유만 계속 우걱우걱 처먹고 있었다.


 그때 호무라는 단팥빵 한 입 베어 물고 다시 말을 꺼냈다.


 “...난 말이지. 사랑은 능력과 집안과 상관없다고 생각해.”


 이미 빵을 다 먹어치운 사야카는 우유를 한 방울까지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사야카의 한마디에 그쪽을 바라보며 째려보았다.


 “그럼 뭔데. 니가 사랑을 해봤어?”


 “사실 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 사랑을 하거나 해봤던 사람은 많이 봤을 뿐이지.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해.”


 “뭐가..?” 사야카의 눈빛이 불안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멍히 있다가는 결국 사랑도 우정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


 호무라의 말에 사야카는 둔기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둔탁한 충격을 먹었다. 결코 물리적인 것은 아님에도 크게 한방 먹은 듯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고 있었다. 무서움과 두려움, 분노, 슬픔.. 그러한 갖가지 사념에 희미하게 몸서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일단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야. 부디 너희 둘의 고민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5


 식당. 점심종이 울린 지 조금 된지라 줄은 한산했고 덕분에 마도카는 히토미와 마주보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마도카가 아주 좋아하는 크림 슈트. 반찬은 김치에 탕수육이었다, 언제 그랬듯이 크림빵과 무사시노 우유는 계속 나오고 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다 같이 식당에 나가 교실로 돌아가려고 할 때, 교정의 소나무 아래에서 히토미가 마도카의 옷을 잡았다.


 "마도카 상.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봐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마도카는 히토미를 돌아보며 몰었다. 그러자 히토미는 시야를 바닥에 둔 체 입을 얼였다.


 “집안에서는. 여인은 언제나 정숙하고, 인내심이 많으며, 배려가 깊어야 한다고 배웠어요. 질투와 시기는 가장 해서는 안 될 죄악이라고.. 그렇게 배웠었습니다.”


 “히토미 쨩..”


 쾅. 히토미의 주먹이 벽과 부딪쳤다. 그녀의 두 눈에는 투명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사야카 상을 질투하고 있습니다. 마도카 상과 같은 절친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마찬가지였어요. 나보다 카미죠 군과 만나는 시간이 많고. 게다가 그가 낫게 하는데 같이 있었으니까...... 그에 비해 나는.. 나는... 그에게 아무 것도 해 준게 없어요..”


 사야카도 히토미를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여자라 질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히토미도 사야카를 시기하고 있었다. 대체 무엇부터가 꼬인 것인가. 마도카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차마 울고 있는 친구앞에 같이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었는지, 히토미에게 다가가 품에 안았다. 히토미는 어제의 사야카와 같이, 어깨를 떨면서 마도카의 품속에 오열하기 시작했다.


 “사야카 상에게... 쿄스케 군을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역시 사야카 상에게 쿄스케 군을 빼앗길 것 같아요. 사야카 상은... 그에게 있어 오랫동안 지내온 소꿉친구지만.. 난 단지 클래스메이트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히토미 쨩...”

 그때 히토미는 오열을 멈추고 눈물만 계속 흘린 채 목소리를 죽여 뇌까렸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히토미 쨩!”


 희미했지만 확실히 목소리를 들어버린 마도카는 얼굴이 회색이 되어버려 그녀를 어깨를 잡아 품에 떼어 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어깨를 막 흔들었다.



 “히토미 쨩! 히토미 쨩! 정신 차려! 친구를 대상으로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아.!” 그제서야 히토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마도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아버려, 부끄럽게 얼굴을 붉히며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한 말 잊어 주세요.. 제발.. 제발 잊어주세요! 진심으로 나온 말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대체 어디부터가 잘못된 것인가. 마도카는 그 생각에 나오려는 울음을 억지로 삼키고 히토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히토미는 계속 마도카의 품속에서 소리내어 울부짖고 있었다. 




#.6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수학시간이 지나가 마도카네 반은 조리실에서 가정실습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제는 만두. 반의 여학생들이 한 조에 4명씩 4개의 조로 짜서 각기 다른 맛의 만두를 요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떡하지... 너무 못 썰어버렸네..”


 마도카는 사야카와 쿄코와 같은 조였다. 마도카와 의욕을 내어서 전업주부인 아빠에게 배운 대로 재료를 다질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파가 뭉텅뭉텅하게 썰리는 것이 하나같이 삐뚤어서 어떻게 썰면 저렇게 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ㅡ 답답하게! 이리 줘봐!”


 쿄코는 마도카가 “앗!”하는 사이에 칼을 뺏더니 능숙하게 썰어대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탁... 칼날이 도마를 치면서 파를 써는 소리가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마도카가 5분동안 낑낑대면서 겨우 뭉텅뭉텅 자르던 대파가 쿄코의 손에서 제법 알맞게 썰려진 것이었다.


 “이건 이렇게. 어차피 만두 소 만들때 쓸 테니까 막 썰어도 된다구. 이 고기도 마찬가지. 적절히 잡아서 베이지 않게 적절히 잘라서. 아 그래, 사야카! 김치는 확실히 잘 썰고 있어?”


 “안 그래도 니보다 잘 썰고 있으니까 걱정 마.”


 사야카도 역시 요리경력이 있는지 능숙하게 김치를 썰고 있었다. 눅눅하고 매운 냄새나는 김치라서 그런지 두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다. 이제야 설명하는 것이지만 마도카네 조에서 만들 요리는 김치만두였다. 원래 마도카는 ‘크림 만두‘를 제안했지만 기각당해서 평범하게 김치만두로 했다고.


 마도카네 조를 기준으로 호무라네 조는 앞쪽에 있고, 히토미네 조는 옆쪽에 있었다. 히토미네 조는 칼이 잘 듣지 않은지 히토미가 먼저 나서서 앞문 쪽에 있는 조리도구 수납장에 칼을 바꾸고 돌아오는 때였다.


 ‘뭐지....’


 호무라의 눈에 비친 지금의 히토미는 눈에는 탁한 빛을 뿜어대고 있었다. 눈동자의 초점이 흔들리고 있고 입은 굳게 닫고 있었다. 밑으로 자연스럽게 내린 손은 날을 세운 칼을 쥐고 있으며 허리는 앞을 항햐여 살짝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입이 계속 움직여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는 게 아닌가.


 과민반응인가, 하지만 히토미의 발걸음이 자기 조 쪽으로 바로 가지 않고 사야카네 조를 향하여 호무라네 조를 지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호무라는 히토미가 풍기는 기운을 느끼고 말았다. 살기. 확실히 살기였다. 칼끝이 정확히 간장肝腸을 향하고 있었다. 추측은 확신이 되었다. 시즈키 히토미는 이 칼로 미키 사야카를 찌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카나메 마도카에게 잊지 못할 상처가 될 것이다.


 ‘위험해!’


 히토미가 말없이 호무라를 지나가는 순간 호무라는 그녀가 모르게, 뒷걸음질하듯이 뒤로 살짝 발을 옮겼다. 그 순간 호무라의 발 뒤꿈치가 히토미의 발끝과 다리에 걸리고, 히토미는 절묘하게 넘어져 바닥에 코를 찢고 말았다.


 “앗?!”


 콰당. 넘어져버리는 히토미. 주위 아이들은 깜짝 놀라 그쪽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바닥에 넘어진 것보다도 더 큰일이 호무라의 눈앞에 벌어지고 말았다.


 “어..”


 미키 사야카는 자기 뺨이 따끈거리자 그쪽을 대어보았다. 장갑 낀 손끝에 묻은 것은 피였다. 마도카와 쿄코가 바라보자 안색이 하애질 정도로 놀라버리고 말았다. 사야카의 뺨은 마치 비천어검류 검사의 과거처럼 ノ자로 그어져 있던 것이었다. 옆 머리카락까지도 살짝 잘렸다. 히토미가 넘어지면서 놓친 칼이 날아가 사야카의 얼굴을 절묘하게 스친 것이었다.


 일이 터진지라 모두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가정 선생이 없는 때라 술렁이는 분위기를 잡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요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사야카와 히토미였다.


 “이.. 이게 무슨..” 사야카는 믿지 못한 듯 피 묻은 손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그.. 그게!”


 히토미는 그제서야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성을 차리고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미안. 미안해요 사야카 상! 갑자기 넘어져서 칼이.. 실수에요! 정말 실수에요! 그러니까ㅡ”


 “.........씨발년아.”


 그 한마디에 웅성웅성하던 조리실 전체가 침묵해버리고 말았다. 마도카도 히토미도 사야카의 이 표정은 처음 보았다. 첫 봐도 무미건조해서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을 메마른 표정인데도, 온 몸에서 살기가 흘러넘쳐 당장이라도 물어 죽일 듯 지독한 살기가 조리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살의, 분노, 비애, 배신감, 격분.. 이 모든 사념이 끓어넘치는 분위기마도카도 이 분위기에 질식할 것 같았다. 사야카 쨩. 히토미 쨩. 이렇게 이름을 부르고 싶어도 목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사야카는 손에 끼고 있던 고무장갑 한 쪽을 벗더니 히토미의 얼굴에 확 던졌다. 찰팍. 장갑에 가득 묻은 고춧가루가 히토미의 뺨에 묻었다. 마치 중세때 기사의 대결신청과 같았다. 그리고 사야카는 뱃심까지 끌어모아 외쳤다.


 “
현피뜨자!”


 모두의 머릿속에 느낌표가 떴다. 현피를 뜨자니. 터무니없는 전개였다. 보통이라면 바로 빡쳐서 머리끄댕이를 잡던가, 혹은 주먹부터 나오는게 정상일진데 대놓고 바로 현피를 신청하는게 아닌가. 마도카는 순간 직감이 들었다. 날아온 칼이야 어찌 되었던 이 선택이 바로 사야카가 깊이 생각하다가 내린 결정인 것을.


 “...알았습니다.”


 히토미는 손에 낀 고무장갑을 벗어서 사야카의 얼굴에 던졌다. 진득하게 묻은 된장이 사야카의 뺨에 주르륵 흘러 떨어졌다.


 “그 도전. 받아들이도록 하죠.”


 “장소와 시각과 룰은?”


 “차후에 정하도록 하죠.”


 “판돈은?”


 “고백권告白權. 이긴 사람이 카미죠 군과 고백하는 것. 진 사람은 포기할 것.”


 “동감이야.”


 으드드득. 이빨 갈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린다. 한쪽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고 양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사야카와 히토미. 둘 사이에서 지옥의 열기가 불타 끓어오르고 살기가 이 둘을 제외한 모두를 질식하기 시작했다.


 “도망치면 죽을 줄 알아.”


 “그쪽이야말로.”


 그렇게, 미타기하라 중학교에서 전설로 전해지는 ‘잔혹사’는 시작되고 말았다.




 “어.. 어떡하지? 너무해. 너무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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