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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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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傳說


  우리는 과연 무엇을 전설이라 칭할까. 단순히 오래된 이야기? 아니면 설화 같은 허무 맹랑한 이야기들? 아무래도 좋지만 필자가 정의하고자 하는 전설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연구하고, 입에 오르내리며 모두가 그 내용에 만족 하는 이야기' 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모든 장르를 막론한, 구비전승이며 소설, 영화, 연극, 게임에 이르기 까지. 그것이 인간의 유희를 위해, 혹은 역사상의 중요한 사건 등을 기록한 것이라면 모든것을 포함한다고 볼 수있겠다. 필자가 오늘 이야기 하려 하는 '전설'은, 이미 필자 자신이 몇번씩이고 적어보았던, 그리고 그때마다 다시한번 필자를 감동시켰던 한 이야기 이다.

 

  199510월에 처음 세상에 공개된 이 이야기는 그 이후로, 3차 애니메이션 붐을 불러일으켰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으며, 침체기에 빠지려던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에 다시한번 불을 지펴준. 그야말로 '전설'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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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섯글자에 수많은 사람들은 열광했다.)



-에반게리온. 이 다섯 글자가 지니는 무거움.

 

  눈을 감고 잠시 과거의 일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마니아의 길로 접어들기 전의 그때의 일이다. 당신은 이제 몇몇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 재미에 빠져들고 있다. 점점 더 애니메이션이 재밌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신이 알고있는 애니메이션은 정말 몇작품 없었고,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고자 인터넷 공간, 혹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추천좀 해줘' 라고. 그때, 당신이 추천받은 작품 중에 반드시 들어갔던 애니가 있을것이다. 그 작품들중 '에반게리온'이 들어있지 않은가? 필자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실로 간단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 어느때나 추천애니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는것. 이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말하고 싶었다. 과연 몇 개의 애니메이션이 이런 지위를 가지고 있을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어떤 세대인지는 필자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당신이 흔히 말하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라면, 아니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사회문화 전반에 관심이 있다면 '에반게리온'이라는 이 다섯 글자를 전혀 들어보지 않았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이미 에반게리온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라고 치부하기엔 일본의 주력 문화사업인 망가와 아니메 사업과 더불어, 더 나아가 일본문화 전반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어느 정도 였냐면 한때 일본에서 한창 에반게리온 붐이 일어났을때 돌멩이에 '에반게리온'이라는 글자만 적어놓아도 팔수 있다 라는 우스개소리까지 횡횡할 정도였다. 영미권 에서도 재패니메이션 쇼크라 불리웠던 드래곤볼과 아키라에 힘입어 수없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들의 질적 저하로 인해 재패니메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줄어들고 있을 때쯤, 혜성처럼 등장한 에반게리온은 말 그대로 제 3차 재패니메이션 붐을 불러일으켰다. 고작 몇시간이 안되는 영상물이 한나라의 문화사업의 부흥과, 전세계적인 문화충격을 가지고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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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의 2차상품 바리에이션은 상상을 초월한다. 위의 상품은 한정판 스파클링 와인.)


-어째서, 에반게리온인가.


 그렇다면 조금 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왜 이토록 에반게리온은 시대적 아이콘이 되었는가.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당시의 사회상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에반게리온이 방영되었고,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던 1990년대 후반은 전 세계가 세기말이라는 코드에 열광하고 있었다. 지금으로서 이야기하자면 꽤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일본에선 한창 버블경제의 여파가 일본사회 전반을 좀먹고 있던 암울하고 우울했던 시기였다. 에반게리온은 이런 시대적 배경과 함께 작품전체에 깔린 무겁고 우중충한 분위기, 성서와 성경에서 가져온 설정들, 오타쿠들이 좋아할만한 미소년 미소녀들과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 구성 등을 통해 이른바 에반게리온 붐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는 작품명인 '신세기 에반게리온' 에서도 알 수 있는데, 굳이 신세기 라는 말을 집어넣어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합세해보려는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엿볼수 있다. 이는 신극장판의 제목에에 신세기라는 말이 사라진것과도 연관이 있다. 더 이상 세기말이란 코드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표현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에반게리온 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정말로 피부에 와 닿게 느끼는 것은 이제는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그 당시의 전 세계적인 세기말에 대한 열기와 지구종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회 전반을 좀먹고 있었기에 그 기류를 알지 못한다면 에반게리온을 진정으로 즐기긴 어렵다는 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이는 얼마든지 반박당할 수 있는 필자의 개인적인 사견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에반게리온이 기획과 연출이 잘 짜여져 만든 애니메이션에서 그 가치판단을 내리기보단.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시대의 흐름과 덧붙여져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고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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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지금 시점에서 보더라도 캐릭터 디자인이 참 잘됐다.)

 

-이야기.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에반게리온의 내용은 단순히 몇 문장으로 줄이기가 매우 어렵다. 지난 수년간 수많은 마니아들이 적지 않은 해석과 논의가 진행중이고 그 열기는 10여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건재하다. 필자역시 DNA 레벨에 각인된 에반게리온의 마니아로서 남들과 비교했을 때 적지않은 시간을 에바와 함께 보냈던것 또한 사실이다. 필자가 정의하는 에반게리온은 소년과 소녀의 성장기이다. 주인공 신지는 이제 겨우 중학생 정도이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2'에 걸려있다. 또한 양대히로인인 야야나미 레이와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역시 일그러진 과거를 가지고 있고, 자신들의 또래들의 세계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생명을 걸고 일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점차 정신적으로 성숙해 지는 모습들을 보여주곤 한다. 성장물의 정의를 등장인물들의 정신적인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면 에반게리온 역시 충분히 그 범주안에 들어갈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메카닉이 나오고 암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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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물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나와도 우리가 이 작품을 러브코미디물로 보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소년은 이제 전설을 넘어 신화가 되었다.


  200791. 에반게리온을 즐겨오던 팬들에게 가이낙스는 새로운 선물 하나를 던져준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 라 칭하는 이 애니메이션들은 팬들에게는 지금까지 즐겨온 에반게리온의 세계가 더욱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팬이 아닌 사람들 에게는 에반게리온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떤 의미로든 신극장판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은 뜨겁다. 실제로 지난 2009620, 일본에서는 전세계를 휩쓴 대작 '트랜스포머'의 후속작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이 개봉되었다. 당연히 트랜스포머의 박스오피스 1위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시로서는 그리 흥행할만한 영화가 극장에 걸려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전작인 트랜스포머가 전 세계적인 흥행성공으로 인해 그 후속작인 패자의 역습 역시 누가봐도 흥행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7일 뒤인 2009627, 우연히도 트랜스포머와 똑같은 입장의 후속편 영화가 개봉하였다. 바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2번째 이야기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였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는 세간의 기대와는 전혀 반대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게 되었다. 그저 전설처럼 입에 오르내리던 애니메이션이 드디어 신화의 영역에 까지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신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를 더욱 감동시키고, 전율하게 만든다.

  에반게리온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재창조되는 이야기다. 그것이 제작사가 되었던, 팬이 되었건, 혹은 평론가에 의해서건 말이다. 팬은 지난 10년이 넘도록 이 이야기를 탐구하고 비판하며 계승 발전시켜 왔고, 비평가들은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발생된 문화적 파급력에 대해 얼마든지 이야기 해왔으며 제작사는 이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또 다른 에반게리온을 만들어 주었다. 이는 마치 사람들 손에서 만들어진 신화와도 같다. 소년은 분명 신화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신화를 확인하는 것은 이제 당신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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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기다리고 있다. 우리손으로 만든 신화의 완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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